센터소식통샘 관련 기사

“위기의 교실,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학습권과 교권 보호 위한 중구교육복지센터의 도전

 

#1. 00초등학교 1학년 교실

2교시 마치고 중간놀이 시간. 교실 뒤편에서 장난감 블록을 가지고 놀던 한 학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싸운다. 이내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뒤엉켰다. 뛰어온 담임교사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다. 겨우 한 학생을 분리했지만, 분을 못 참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교실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2. 00초등학교 2학년 교실


“오늘은 <세계>교과서에 ‘세계의 축제’에 대한 활동을 해볼게요. 모두 교과서 86페이지의 ‘다문화 만들기’를 펴주세요”


전자칠판에 보이는 설명을 제법 잘 따라 하는 아이들. 그중에 유독 선생님이 챙기는 한 아이가 있다. “다했다”라는 아이의 말에 선생님이 부족한 부분을 챙기려고 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아이. 이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교실을 뛰어다니더니 문을 박차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 손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이다.

선생님이 학생을 쫓아 나간 사이 아이들은 우왕좌왕. 이날 아이들은 수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두 시간을 보냈다. 더 놀라운 건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듯 교실에 남겨진 아이들의 무덤덤한 모습이다.

 

여름방학 후 2학기 교실 풍경은 긴장감의 연속이다. 3월 새 학년 새 학기에 비해 새로움은 덜하지만, 여름방학의 쉼은 1학기 익숙함의 단절로 생긴 공백으로 낯선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하는 건 ‘교실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의원실이 교육부의 ‘2020년~2024년 초·중·고 중도 퇴직 교원 현황’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년퇴직한 교원 수는 3만3,70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6~7천 명 대이던 수치는 지난해 9,194명으로 처음 9천 명을 넘어섰다.

 

교실을 떠나는 교사들, 그 원인에 주목해야

9월 1일은 교육공무원 정기 인사로 학교가 분주하다. 지난 8월 28일, 교육부 ‘2025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유·초·중등학교 수는 20,374개교로 전년 20,480개교 대비 106개교 감소했다. 학생 수는 5,551,250명으로 전년 대비 133,495명(2.3%) 감소한 반면, 다문화 학생 수는 202,208명으로 전년 193,814명 대비 8,394명(4.3%) 증가했다.

 

특히 전체 유·초·중등 교원 수는 506,100명으로 전년 509,242명 대비 3,142명(0.6%) 감소했는데, 초등학교 교원 수가 193,071명으로 3,527명이 학교를 떠났다.

 

교육부는 지난 8월 6일, ‘2026학년도 공립 유·초·중등·특수·비교과 신규교사 임용시험 사전예고 현황’을 발표, “내년도 선발 총 예정 인원을 10,232명”으로 고시했다. 이는 올해 최종 선발인원인 11,881명에 비해 13.9%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성명을 내고 “교사의 수는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면서 “교육부는 교사 산정 기준을 ‘학생 수’에서 ‘학급 수’로 전환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을 천명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는 교원, 특히 초임교사 3년 내 퇴직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지난해 12.8%로 전년 대비 2.3%p 증가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교원단체들은 “교권 침해 경험”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밝힌 교사는 78.5%인데, 이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가 82.3%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지난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시점에 교육부가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년보다 교권보호위 개최 건수는 감소하였으나 교육활동 침해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의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과 보호자 등의 ‘반복·부당 간섭’이 주요 유형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중학교에서 교육활동 침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점을 바꿔야 해법도 보인다.


“과잉행동, 문제행동, 공격행동, 반사회적 행동 등 침해 학생의 행동을 문제로 본다고 해결책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중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김경란 센터장은 “문제행동은 행동을 문제로 규정해 교정 대상으로 보는 반면, 도전행동은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여 지원 방법을 찾는 시각”이라며 “행동 발생 원리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관점의 변화”를 주문했다. 김 센터장은 “긍정행동지원은 특수교육에서 시작된 오래된 주제”라며 “해당 학생의 행동을 유발한 단서나 자극 요인을 찾아서 그 행동을 이해하고, 예방적 환경을 구축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급에서 담임교사 혼자 많은 아이를 지도하는 환경에서는 긍정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도전 행동을 보이는 지점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도울 수 있는 보조 인력이 배치된다면 대상 학생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수교육은 특수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합반이나 일반학급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해 7월 출판된 ‘배워서 바로 실천하는 교실 속, 긍정적 행동지원’에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특수반에서 일반학급까지 비슷한 사례로 빼곡하다. “자세히 보면, 어려운 행동이 아니고 의미 있는 행동”이라는 대목이나, 강박증과 선택적 함묵증 판정을 받은 중3 학생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긍정적 행동을 늘려가고, 많은 선생님과 항상 소통하자”는 조언은 새겨볼 대목이다.


 

‘긴급교실안심SEM’과 ‘통샘’의 시너지 기대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은 ‘긴급교실안심SEM 구성 및 운영’을 각급 학교에 안내하고, 8월 18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Seoul Educational Ambulance 119, 교육활동보호긴급지원팀의 중재SEM, 법률SEM, 교육SEM에 이은 새로운 ‘SEM119’ 교육활동보호지원단 사업”이라며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 발생으로 침해학생 밀착지도 필요 시 지도인력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총 사업비 3억2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할 이번 사업은 올해 12월까지 서울시교육청 관내 유치원과 학교에 학생의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 행동으로 밀착 지도가 필요한 경우 기본 2주, 사안에 따라 축소 또는 연장 가능하게 일시적으로 전문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비슷한 시기 중구교육복지센터에서는 ‘1:1 스쿨멘토 통샘’ 양성과정을 마치고 중구 관내 학교에 배치하여 운영 중이다. 교육취약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맞춤형 교육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구교육복지센터는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지원으로 서울시교육청의 사업과 더불어 효과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양성과정에 전문강사로 참여한 중구마을넷 심춘성 이사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마을이 보살피는 건 당연하다"라면서 "학교가 교육과 돌봄을 오롯이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되는데, 이번에 교육복지센터가 마을과 손잡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진짜 필요한 일에 동참하게 되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중구마을지원센터장과 찾동추진지원단장을 지낸 심춘성 이사는 수년간 학생들의 교육후견인을 경험한 베테랑 마을교육활동가로 중구의 마을활동을 이끌고 있다.

 

중구교육복지센터 관계자는 “통샘은 대상 학생 관찰 위주의 활동을 통해 관찰된 내용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학생과 학교, 교사에게 긍정적 행동을 유발하도록 돕는 역할”이라며 “이는 학교와 학생 맞춤형 사례관리 모델로서 당사자의 문제행동 감소와 기대행동 증가, 학교 적응력 향상, 또래 및 교사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학급 분위기 안정화를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샘은 담임교사 및 학교 관계자뿐만 아니라 해당 가정의 보호자와 소통하여 학생의 개선 효과를 최대한 기대한다”면서 “이는 2012년부터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분포한 서울형교육복지센터가 추구해 온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단편적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활동 침해 학생으로 담임교사가 교체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 가운데, 남부지원청과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서 실시 중인 위기 학생 대상 인력 지원 사업의 높은 만족도에 힘입어 서울시교육청과 중구교육복지센터가 추진 중인 사업에 학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접하며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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